몇 년 전만 해도 명문대 입시의 상징은 ‘에세이 지옥’이었다.
공통지원서(Common App)에 쓰는 개인 에세이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원하는 학교마다 별도로 요구하는 추가 에세이가 발목을 잡았다. 스탠포드대처럼 8개를 요구하는 학교도 있었고, 학생들은 10~20곳에 지원하며 수개월을 에세이 쓰기에 시간을 쏟아부었다. “왜 우리 학교인가”, “어떤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가” 같은 질문에 150~650단어씩 답하는 일을 지원 학교 수만큼 반복해야 했으니, 여름방학이 통째로 에세이 작업으로 사라지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이 풍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WaShu), 노스캐롤라니아대 채플힐 같은 대학들이 2027년 가을학기 입시부터 추가 에세이(supplemental essay)를 없애기로 했고, 코넬대도 단과대 관련 에세이만 남기고 대학 공통 에세이는 폐지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TCU)과 버지니아대(UVA)도 같은 길을 걸었으니 흐름은 뚜렷하다.
대학들의 설명은 한결같다.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 조지아대 입학처는 공통 에세이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틀린 말은 아니다. 에세이 몇 개를 덜 쓴다고 학생의 삶이 갑자기 편해지진 않겠지만 적어도 입시철의 압박 하나는 줄어드는 셈이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반기는 분위기가 적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이 변화를 단순히 ‘학생 배려’로만 읽는다면 절반만 본 것이다. 입시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진짜 배경은 두 가지,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소수인종 우대정책 폐지 판결이다.
첫째, 챗GPT 같은 AI 도구로 에세이를 쓰는 지원자가 늘면서 입학사정관들은 점점 더 비슷한 문체, 비슷한 표현으로 채워진 글들을 받아보게 됐다. 실제로 최근 연구에서도 AI를 활용한 대입 에세이들이 서로 비슷한 표현과 구조로 수렴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에세이가 원래 하던 역할, 즉 지원자 개개인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기능이 흐려진 것이다. 입학사정관 입장에서는 이 글이 정말 학생 본인의 것인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예전만큼의 신뢰를 주기가 어려워졌다.
듀크대가 2025년 가을학기 입시부터 에세이에 수치 점수를 매기지 않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에세이는 여전히 받지만 그 글의 진위를 판별하기 어려워진 이상 평가 비중을 낮추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는 에세이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입학사정 전체에서 차지하는 영향력 만큼은 조용히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둘째는 법적 리스크다. 2023년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시에서 소수인종 우대정책을 위헌으로 판단한 이후 대학들은 인종이나 정체성을 묻는 에세이 문항 자체가 소송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과거에는 추가 에세이를 통해 지원자의 문화적 배경, 성장 환경, 공동체 경험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질문 하나하나가 법적 논란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상당수 대학이 최근 몇 년 사이 정체성 관련 질문을 수정하거나 삭제했고, 일부는 아예 추가 에세이 자체를 없애는 방향을 택했다. 학생의 민감한 개인 정보를 평가에 활용했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차라리 질문을 없애는 쪽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문제는 에세이가 단순한 글쓰기 과제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성적표와 시험점수로는 드러나지 않는 것들, 이를테면 왜 이 학교여야 하는지, 어떤 공동체에 기여하고 싶은지,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의 유일한 창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