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B의 마지막 안전망이 사라진다?
미국에서 H-1B 신분으로 일하는 사람에게 직장을 잃는 것은 단순히 고용이 종료되는 문제만은 아닙니다. 직장이 H-1B 신분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반이기 때문에 고용관계가 끝나면 미국에 계속 체류할 수 있는 방법까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일종의 완충장치가 있었습니다. 바로 최대 60일의 유예기간입니다.
현재 규정에 따르면 H-1B를 비롯한 일부 취업 기반 비이민 신분의 근로자는 고용이 종료된 후 최대 60일 또는 기존 체류허가 만료일까지, 둘 중 더 짧은 기간 동안 미국에 머물면서 새로운 고용주를 찾거나 다른 신분으로 변경하는 방법 등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60일이 결코 긴 시간은 아니지만,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은 근로자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이민 절차를 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 60일 유예기간 자체를 없애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2026년 9월 국토안보부(DHS)는 일부 취업 기반 비이민 신분에 적용되는 60일 유예기간을 규정에서 삭제하는 내용의 제안 규정을 발표했습니다. 아직 최종 확정된 규정은 아니며 현재 의견수렴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실제로 시행된다면 취업 종료 이후 새로운 체류 방법을 준비할 수 있었던 기존의 시간적 여유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살아남는 문제, 이제는 ‘취업’보다 ‘신분’이 중요합니다
이 변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60일이라는 숫자가 사라지기 때문이 아닙니다. 미국에서 취업비자를 통해 체류하는 사람들에게 ‘직장을 잃었을 때 다음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라는 안전장치가 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H-1B를 유지하다가 예상치 못하게 해고를 당하더라도 일정 기간 동안 새로운 고용주를 찾거나 다른 신분으로 변경할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예기간이 폐지된다면 고용 종료와 체류 신분 문제가 더욱 빠르게 맞물릴 수 있습니다.
히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영향이 더욱 클 수 있습니다. 본인의 고용 문제에 그치지 않고 배우자와 자녀의 체류신분, 자녀의 학교생활, 주거와 보험 등 미국에서 구축해 놓은 생활 기반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H-1B를 취득했다는 사실만으로 미국에서의 장기적인 체류가 안정적으로 보장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예상하지 못한 고용 변화가 발생했을 때 어떤 선택지가 남아 있는지를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유학생들은 미국 대학을 졸업한 뒤 OPT를 거쳐 취업하고, H-1B를 취득한 다음 직장을 다니면서 영주권을 준비하는 경로를 생각해 왔습니다. 이 과정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단계의 임시적인 신분을 차례로 연결해야 한다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OPT는 일정 기간 동안 미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이고, H-1B 역시 고용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비이민 신분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장기적으로 정착하려는 사람에게는 별도의 장기적인 신분 계획이 필요합니다.

60일이 사라진다면? H-1B 소지자가 지금 준비해야 할 것
이번 60일 유예기간 폐지 제안은 이러한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취업비자를 받는 것만을 목표로 삼기보다, 취업 이후 예상하지 못한 직장 변화가 발생하더라도 미국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에 정착해 가족과 함께 장기간 생활하려는 사람이라면 취업과 이민 신분을 하나의 계획으로 묶어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응 방법은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신분에 문제가 발생한 뒤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아직 선택지가 많을 때 장기적인 이민 계획을 검토하는 것입니다. H-1B를 취득한 이후 해고를 당하고 나서 영주권을 알아보기 시작한다면 시간과 선택지가 모두 제한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미국에서 장기적으로 생활할 계획이 있다면 취업을 시작하는 단계부터 자신의 조건에 맞는 영주권 경로가 있는지 미리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유학생이라면 더욱 일찍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대학에 진학한 뒤 졸업할 때까지 어떤 신분으로 미국에 체류할 것인지, 졸업 후 OPT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취업비자에 어느 정도 의존할 것인지, 그리고 미국에서 장기적으로 정착할 계획이라면 어떤 영주권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지를 단계별로 살펴보는 것입니다. 모든 학생이 당장 영주권을 신청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향후 선택지가 줄어들기 전에 자신의 상황에서 어떤 방법이 가능한지를 확인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민제도는 앞으로도 계속 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60일 유예기간 폐지 역시 아직 제안 단계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어떤 형태로 결정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다만 최근의 여러 정책 변화가 보여주는 것은 미국에서 공부하거나 취업하는 것과 미국에서 장기적으로 정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미국에서 몇 년간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이 목표라면 현재의 비이민 신분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장기간 생활하고 자녀를 교육하며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이 목표라면, 직장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전제만으로 미래를 설계하기에는 변수가 많습니다. 직장이 바뀌거나 고용이 종료되는 상황에서도 미국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신분 기반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H-1B를 받을 수 있는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H-1B 이후에도 미국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입니다. 60일 유예기간 폐지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 정착을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있다면 취업비자 하나에 모든 것을 의존하기보다는 영주권을 포함한 장기적인 신분 계획을 미리 세워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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