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들에게 촉감놀이를 해주는 부모들이 많다. 촉감놀이는 여러 가지 재질의 물건을 만지며 새로운 감각을 접해보는 놀이로 아이들의 소근육을 발달시키고 두뇌 발달을 촉진시킨다고 한다.
바닷가 모래사장을 밟는 일, 물에 젖은 미역을 가지고 노는 일 등 어린아이들에게는 세상 모든 것이 촉감놀이의 대상이다. 찰흙이나 지점토로 공예품을 만드는 것도 촉감놀이에 해당한다. 촉감놀이로 많이 활용하는 제품 일인자는 단연 해즈브로의 플레이도우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 형형색색의 플레이도를 가지고 친구들과 놀던 기억이 있을 듯하다. 플레이도우는 벽지에 묻은 석탄 잔여물을 청소하기 위한 용도로 1930년대에 미국 신시내티에서 처음 개발됐다. 세월이 흐르며 석탄 난방이 줄며 이 물체의 수요가 줄어들게 되자 제조사는 새로운 판로를 찾게 된다. 그러던 중 장난감으로 리브랜딩된 제품의 이름이 바로 오늘 날의 플레이도우(Play-Doh)다.
플레이도우를 열면 언제나 특유의 향을 맡을 수 있다. 해즈브로는 플레이도우의 향을 ‘달콤함, 약간의 머스크 향, 바닐라 향, 약간의 체리 향이 소금이 가미된 밀빵 반죽과 섞인 향’이라고 설명한다. 이 독특한 향은 플레이도우를 가지고 놀며 자란 사람들에게 유년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해즈브로는 제품 출시 50주년을 기념하며 미국 어머니 날에 ‘오 드 플레이도우 (Eau De Play-Doh)’라는 향수를 출시하기도 했다. 옛날을 추억하며 선물하는 재미가 있는 제품이다.
해즈브로는 2017년 미국에서 플레이도우 향의 상표 등록 신청서를 접수했다. 미국 상표법은 상표를 단어, 이름, 상징 등으로 구성되어 제품의 출처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법은 색이나 소리, 향이 상표가 된다고 명시하지는 않지만 미국 상표청의 법 해석으로 인해 색, 소리, 향이 모두 상표로 인정 받을 수 있게 된다. 미국은 1990년대 처음으로 향기를 상표로 인정했다.
하지만 플레이도우의 향이 순조롭게 상표 등록을 완료한 것은 아니다. 해즈브로는 플레이도우의 향이 플레이도우만의 독특한 향이며 소비자들이 이 향을 플레이도우의 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해즈브로는 플레이도우의 향이 처음부터 상표로 등록될 만큼 독특한 것은 아니지만 수 십년 간 동일한 향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소비자들이 자사의 향과 플레이도우라는 제품을 연결 시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플레이도우 출시 50주년 향수도 해즈브로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플레이도우 제품이 30억개 이상 팔린 점, 광고가 아닌 각종 미디어 채널에서 플레이도우 향을 ‘독특하다’, ‘전설적이다’ 등으로 묘사한 점도 플레이도우의 향이 플레이도우의 상표로 인정될 만큼 식별력이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무엇보다도 독특한 플레이도우의 향을 아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플레이도우의 향기 상표에 결정적인 요소였다. 결국 상표청은 약 일 년 후인 2018년에 플레이도우의 향기를 상표로 인정했다.
그렇다면 모든 향수나 화장품, 방향제 등의 향은 전부 상표 등록이 가능할까? 아직까지 미국에서 상표 등록된 향은 스무 개가 채 되지 않는다. 상표로 인정을 받으려면 신청하는 향에 기능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즉 ‘브랜드’로의 기능만 해야 상표로 인정되는 것이다. 화장품이나 방향제의 향은 제품 기능에 핵심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상표로 등록은 불가능하다. 특허로 조향 성분을 등록하는 것은 가능하다.
한국에서도 향기를 상표로 등록할 수 있다. 한미 FTA 이후 향도 등록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향기의 상표 등록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다음 향은 어떤 회사가 등록을 시도할지, 그 근거는 무엇일지 벌써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