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예일대가 한동안 내려놓았던 기준을 다시 들어 올렸다. 예일대는 2027년 가을학기 입시부터 학부 신입생 및 편입생 지원자 전원에게 SAT 또는 ACT 점수 제출을 의무화하기로 결정했다. 한동안 유지해온 ‘테스트 옵셔널’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고, 표준시험 중심 체제로 회귀하는 결정이다.
팬데믹이 닥쳤을 때 일부 대학들은 궁여지책으로 SAT·ACT 점수 요구를 중단했다. 대부분 시험장이 문을 닫았고, 수험생들은 시험 자체를 치를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데 이 임시방편은 오랜 논쟁에 새 불을 지폈다. 표준시험이 유색인종, 저소득층 학생에게 구조적으로 불리하다는 비판은 이미 오래된 것이었다.
비싼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더 높은 점수를 받고, 결국 시험은 부유층의 입장권 역할을 한다는 논리였다. 팬데믹은 이 논리에 힘을 실어줄 계기가 되었다. UC의 경우 2020년 5월 이사회 만장일치로 SAT·ACT 의무화를 중단했고, 많은 대학들이 뒤를 따랐다.
그러나 이 결정에는 처음부터 아이러니가 내포되어 있었다. UC 학사위원회 산하 태스크포스는 바로 그 시점에 표준시험 점수가 오히려 유색인종·저소득층 학생들의 입학 기회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고교 성적보다 시험 점수가 대학 학업 성취도를 더 정확히 예측한다는 연구도 있었다.
하지만 여론과 시대적 분위기는 이미 ‘시험 폐지’의 방향으로 기울어 있었다.팬데믹이 지나고 5~6년이 흐른 지금 대학 강의실에서는 불편한 현실이 보고되기 시작했다. 미적분학 수업 시간에 중학교 수준의 수학을 가르쳐야 하는 교수들, 기초 수학 능력조차 갖추지 못한 채 공학· 과학 과정에 등록한 학생들의 이야기다.최근 UC 버클리 수학과 교수진을 중심으로 작성된 공개서한이 UC 고위층에 전달됐다.
600여명의 교수가 서명한 이 서한은 STEM 전공 지원자에 한해 SAT 또는 ACT 점수를 2027년 가을학기 입시부터 다시 의무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서한의 내용은 구체적이고 날카롭다. UC 버클리에서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실시한 진단 시험 결과 미적분학 1학기 수강생 중 최소 20%가 기초 수학 능력 부족을 드러냈다.
예일대의 결정은 이런 흐름 속에서 나왔다. 예일은 2024년 가을학기부터 SAT·ACT 외에 IB 또는 AP 시험 점수 제출도 허용하는 ‘테스트 플렉서블(test flexible)’ 정책을 시행해왔다. 어느 정도 절충점을 찾으려 했던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보다 명확한 방향을 선택했다. 정책 변경은 2025년 가을 설립된 ‘예일대 학부 입학자문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예일대 학부교육 담당 학장 퍼리클레스 루이스는 “SAT와 ACT 점수는 학생의 향후 학업 성취도를 예측하는데 유의미한 지표이며, 전체적 평가 과정에서 적절히 활용될 경우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환경의 학생들을 선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표준시험이 불평등을 심화한다는 통념과 정반대의 논리다.
실제로 예일대 입학처에 따르면 최근 입학한 신입생의 약 90%가 SAT 또는 ACT 점수를 제출했으며, 전체의 61%는 두개 이상의 시험점수를 냈다. 대부분의 학생이 점수를 제출한 셈이다. 예일대의 결정은 사실 뒤늦은 합류에 가깝다. 브라운, 코넬, 유펜, 다트머스, 하버드는 이미 SAT 또는 ACT 점수 제출을 요구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프린스턴은 2028년 가을학기 입시부터 의무화를 예고한 상태다. 결국 핵심은 ‘무엇을 위한 입시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형평성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인가, 아니면 학업 준비도를 검증하는 관문인가. 이 두 가지 목표가 항상 충돌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정책의 방향은 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