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연구소 창업멤버들. 가운데 앉은 이가 연현주 대표
가사 도우미(특히 청소 분야)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출장 청소 매칭 서비스들은 못해도 수백개는 있을 것이다. 역사도 오래 됐고 플랫폼도 다양하다. 전화를 걸면 연결해주거나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상담을 통해 연결해주는 방법도 있고 앱 서비스도 수두룩하게 많다. 생활연구소라는 스타트업이 개발한 ‘청소연구소’는 이런 서비스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수백개 업체들이 난립해 있는데 이 회사는 왜 이런 서비스를 만들었을까. 뭐가 다를까. 그게 가장 궁금했다.
차별화된 매칭 & 교육 시스템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를 만나 제일 먼저 이걸 물었다. “다른 서비스들과 무엇이 다른가요?”
그의 대답은 이랬다. “자동화된 매칭 시스템, 그리고 교육을 통한 철저한 품질 관리가 다릅니다.”
글쎄. 사실 그의 대답은 모든 업체들이 내세우는 경쟁력의 포인트였다. 매칭을 효휼적으로 하고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것. 청소 서비스의 핵심이니 당연한 대답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청소 서비스를 요청했을 때 불만족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이 가장 중요한 원칙을 제대로 잘 하는 곳은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모든 일에서 그렇듯이 말이다.
어쨌든 이 회사는 이걸 정말 어떻게 제대로, 잘 한다는 걸까. 연 대표는 “많은 회사들이 효율적으로 가사 도우미(이 회사에서는 이분들을 매니저라고 부른다)와 소비자를 연결한다고 하지만 이를 시스템적으로 자동화한 곳은 거의 없다”며 “청소연구소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자동으로 최적화된 매칭을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전 직원 6명 중 4명이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 등 개발자일 정도로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를 중시하고 있다. 기획과 프로그램 개발에만 1년 가까운 시간을 쏟아 부었다.
이렇게 해서 3단계 매칭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회사가 구축한 시스템은 소비자의 환경과 성향, 그리고 가사 도우미(매니저)의 성향 등을 분석해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일을 잘하는 매니저라고 해서 어디에서나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주 일을 잘 하는 매니저이지만 애완동물에 심각한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반려견이 있는 가정에 갔을 때 일을 제대로 하기 힘들 것이다. 선호하는 평수, 거주 지역, 청소 스타일 등 고려할 만한 요소는 이밖에도 많다.
소비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특별히 신경쓰는 부분이 있다던가 영유아가 있다던가, 시간대 등등. 더 상세한 정보는 일종의 영업비밀이기 떄문에 상세히 노출하기 어렵다고 한다. 어쨌든 이렇게 자세한 분류 및 매칭을 통해 매칭 단계에서부터 고객과 매니저가 서로 불만족할 가능성을 낮춘다는 설명.
교육 시스템도 갖췄다. 여성인력개발센터와 제휴를 맺고 서울 다섯 곳에 교육장을 만들었다. 매니저들은 무조건 5시간 기본 교육을 받아야 한다. 기본 교육을 받고 난 뒤에도 소비자의 불만 등이 접수되거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경우 별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기본 교육을 할 때는 기본적인 고객 대응 매뉴얼은 물론, 핵심적인 청소 요령, 요즘 고객들이 선호하는 청소 방식까지 종합적인 교육이 이뤄진다. 연 대표는 “청소 교육을 실시하는 곳은 일부 있지만 이렇게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춘 곳은 청소연구소가 유일하다고 자부한다”고 설명했다
청소는 시작일 뿐이다
현재 청소를 해 주는 매니저들은 600명이 등록돼 있다. 월 1000건에 달하는 매칭 실적도 기록했다. 올 1월 법인을 설립하고 3월에 서비스가 출시된 지 2개월 밖에 안 된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다. 일단 청소 시장에서 압도적인 퀄러티로 시장에 안착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지만, 청소 분야에서 최고의 업체가 되는 게 이 회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 청소연구소는 이 회사가 하려는 수 많은 서비스 중 하나일 뿐이다.
회사 이름이 생활연구소라는 점에서도 눈치챌 수 있겠지만 아이 돌봄이나 반려동물, 노인 돌봄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로의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반려동물연구소, 아이돌봄연구소, 어르신연구소 등 추가적인 서비스 준비에도 나선 상태다.
연 대표는 “C2C 시장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를 잘 하는 사람, 반려동물을 잘 돌보는 사람 등 생활의 장기가 있는 개인들과 다양한 수요가 있는 소비자들을 C2C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뜻이다.
늦은 창업, 준비된 서비스
연 대표의 창업은 어느 날, 뜻밖의 계기로 느닷없이 결정됐다. 카카오에서 이모티콘 관련 기획팀장을 맡고 있던 그를 2015년 8월 어느날 정주환 부사장이 호출했다. 정 부사장은 “홈클리닝 분야를 비롯해 O2O 서비스를 기획하려고 하는데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추석 연휴 기간까지 고민을 한 끝에 그는 청소 O2O 사업 기획팀을 맡기로 했다.
사실 그에겐 드디어 기회가 왔다고 할 수도 있다. 연 대표는 카카오에 합류하기 전 엔씨소프트를 다니던 시절에 집 청소와 관련된 창업을 계획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 그는 셋째를 임신하면서 창업 계획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2015년 가을부터 연 대표는 수십여명의 직원을 이끌고 청소 O2O 서비스를 기획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날벼락이 떨어졌다. 카카오의 사업 계획이 달라진 것이다. “1년쯤 지났는데 회사에서 O2O 서비스를 직접 하지 않기로 결정이 됐어요. 그러면서 갑자기 팀을 해체해야 하는 상황이 왔죠.”
서비스에 대한 애착이 컸던 그는 김범수 의장 면담을 신청했다. 서비스 개발 종료에 대해 직접 설명을 듣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는 자신도 스스로 놀랄 제안을 했다. “이 사업을 제가 회사를 나가서 직접 하는 것은 어떨까요?”
김범수 의장의 승인을 받은 후 그는 문을 열고 나오면서 문득 정신이 들었다. “내가 일을 저질렀구나.” 물론 워낙 순식간에 이뤄진 결정이기 때문에 가족들의 동의를 얻을 틈도 없었다. 2016년 10월이었다.
나가서 일을 해 보기로 하고 그는 팀원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팀은 해체되겠지만 나는 이 일을 회사를 나가 창업을 해서 계속 하기로 했다고 얘기를 했죠. 그리고 같이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으면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도 했구요. 그런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가서 같이 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힘이 되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연 대표의 생애 첫 창업이 시작됐다. 2016년 12월말 카카오를 퇴사하고 1월에 법인을 설립하고 3월에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미 기존에 많은 서비스들이 있는데 이 사업을 시작했는지 그에게 물었다. “업의 본질은 명확합니다. 매칭을 잘 해주고 청소의 질을 높이는 것이죠. 그런데 이 핵심적인 본질을 정말 잘 하는 곳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청소 뿐 아니라 아이나 반려견 돌봄 시장도 마찬가지죠. 본질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