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도 없고 판매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위반 손해배상소송이 가능할까?
여러 나라에 걸친 국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라면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UN 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 (CISG) – 국제물품매매계약)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CISG는 대부분의 선진국간의 물품거래를 포섭하는 광범위한 조약입니다. CISG는 현재까지 유럽연합, 미국, 캐나다, 멕시코,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중국, 한국을 포함한 77개국에 의해 비준되었으며, 브라질, 홍콩,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타이완 그리고 영국 정도만이 주요 무역 국가 중 아직 비준을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CISG는 비준국 사이의 모든 물품 선적에 적용되는 통일법으로 기능합니다. 또한 CISG는 계약의 형성시기, 계약의 이행, 계약의 불이행, 계약 불이행시의 구제방법 등 계약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칩니다.
CISG가 계약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는 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미국으로 많은 양의 물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한국회사가 있었습니다. 계약의 당사자들은 구두로 협상을 진행하였고 계약의 주요부분에 대해 동의하였습니다. 하지만 계약서가 교환되지 않았고, 구두계약을 확인할 수 있는 서면 상의 증거도 없었으며, 또한 물품도 판매 되지 않았습니다.
분쟁 끝에 미국회사가 미국에 있는 법원에 한국회사를 고소하였습니다. 미국회사는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회사는 합의된 내용이 서면 상으로 교환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경우, 미국의 모든 주가 채택하고 있는 통일상법전(Uniform Commercial Code)에 의하면, 어떤 법원에서든 계약이 없었다고 판단할 것 입니다. 하지만 CISG에 의하면 서면 계약서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당사자들은 계약의 성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값비싼 소송과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한편, CISG 비준국 사이에서 물품을 사고 파는 당사자들은 CISG 에 대한 면책을 주장할 수 있지만, 이 면책문구는 구체적이고 정확해야 합니다. CISG에 규정된 방법에 따라 면책문구를 표기하지 않을 경우 당사자가 의도하지 않았을지라도 CISG가 적용될 수 있으니 이 부분에 관해서는 굉장히 신중하고 꼼꼼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들어, 당사자들이 CISG의 적용을 막을 의도로 “뉴욕주 법률이 적용된다.” 는 조건을 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본 당사자끼리의 계약에는 CISG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문구를 삽입하지 않는 이상, 당사자들 사이에서 본 계약에 다른 법을 적용하기로 합의하였다 하더라도 CISG가 여전히 적용될 것입니다.
따라서 국제 물품의 매매와 관련된 계약을 맺고자 할 때에는 이러한 문제를 염두에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와 유사한 종류의 물품판매거래를 진행하시는 기업 중 CISG와 관련하여 문의사항이 있으시다면 저희 법무법인 김&배로 혹은 자격을 갖춘 변호사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